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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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뉴스앤조이]"한국교회는 겨울철 가로등 같아요"2025-03-26 02:42
작성자 Level 10

도시공동체연구소 제3회 '교회와 공공선 컨퍼런스'…2030 청년 "기성세대 소통 어려움, 이해받지 못해"

"저처럼 (교회 봉사가) 일로 느껴지면 종교가 종교가 아니게 돼 버리는 것 같아요. 너무 청년들에게만 일을 시키고 그러는데, 자기들이 해 보고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교회의 가장 큰 역할은 유대감이라 생각하거든요. 유대감을 잃어버린 교회는 청년에게 되게 매력 없는 곳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기성세대도 노력은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대화하다 보면 소통 자체가 안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청년들이 겪는 혼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빨리 해결하려고 할 때가 있어요."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청년들은 할 말이 많아 보였습니다. 솔직하고 거침없었습니다. 교회를 향해 "나대지 말고 가만히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습니다.

도시공동체연구소(도공연·성석환 소장)는 2월 7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에서 '돌아갈 수 없는 세계, 돌아가야 할 복음: 공공성을 회복하라!'는 주제로 제3회 교회와 공공선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마지막 3부 행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3부 행사를 기획한 도공연 청년공공성포럼은 교회 출석 기간, 출석 빈도, 봉사 경험 등이 서로 다른 20~30대 (비)기독 청년 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 영상을 보여 줬습니다. 청년공공성포럼은 청년들이 오늘날 교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청년공공성포럼은 교회 안팎에 있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제공 도시공동체연구소
청년공공성포럼은 교회 안팎에 있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제공 도시공동체연구소
교회가 청년들에게 공감했다면
그들이 떠나지 않았겠죠

청년들은 교회가 자신들의 삶에 공감해 주는지 여부에 하나같이 부정적인 응답을 내놓았습니다.

F는 교회에서 여러 봉사를 하면서 기성세대와 소통한 경험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가 만난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사회에서 겪는 혼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사회에서 겪게 되는 정체성 혼란을 교회에 가지고 오면, 오히려 이상하게 바라봐요. 저희들은 스스로 갈등을 좀 풀어 보고 방황도 할 수 있는 울타리를 교회에서 제공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요. 교회는 종교적인 메시지나 확신 같은 것으로 이 문제를 헌신이나 다른 것으로 돌리려고 해요."

F는 젊은 세대는 고민을 토로하고 숙고할 시간과 공간이 더 필요한데, 교회는 문제를 빨리 해치우려고만 하니 청년들이 교회로부터 공감받는다는 느낌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다고 밝힌 두 청년도 비슷한 답을 꺼냈습니다. E는 기성세대가 세대 간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의 문제를 이미 경험해 다 아는 것처럼 대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C는 교회가 청년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교회 어른들은 어느 정도 기득권층에 속한 반면,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A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교회가 청년의 삶에 공감했다면) 청년들이 떠나지 않았겠죠. 그랬다면 오히려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고 싶어 안달하지 않았을까요?"

청년공공성포럼은 인터뷰이들에게 '교회'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물었습니다. "목표 지향적이다", "이기적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F는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이후 말이 안 통하고 소통이 안 되는, 반지성적이고 이기적인 종교 집단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C는 "'교회'라는 말을 생각했을 때는 따뜻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한국교회'라고 하면 강하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앞을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말했습니다.

A는 교회를 겨울철 가로등에 비유했습니다.

"겨울에 가로등 빛을 보면 되게 따뜻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막상 주위에 가면 열기가 전해지지 않고 차갑기만 해요. 한국교회는 겨울철 가로등 같아요."

예배와 공동체 통한 회복이
청년에게 필요한 공공성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교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취지로 열린 행사입니다. 개인 구원과 교세 확보에만 몰두하지 말고, 사회 일원으로서 지역 공공성 회복과 더 나은 변화에 동참하기를 주문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청년공공성포럼 이성훈 전도사(연세대학교)는 교회 쇄신을 도모하는 이 자리에서 컨퍼런스 성격과 달라 보일 수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발표한 이유는 "이들 역시 공공성의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도사는 "좋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받는 청년들에게도, 교회는 안식을 경험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똑같이 일만 하다 돌아가는 곳이었다. 교회는 더 이상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구원의 방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예수님 모습을 가려 버릴 정도로 답답한 곳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공성은 특정 세대에만 주어지는 가치가 아니다. 교회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청년들도 공공성의 대상이 돼야 한다. 공공성이 우리 모두가 최소한 누릴 수 있는 공동의 선이라고 한다면, 예배와 공동체를 통한 회복이 오늘날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공성이다"라고 했습니다.

청년공공성포럼 김자겸 전도사(장로회신학대학교)는 교회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전도사는 "청년들은 교회에 보이지 않는 원칙과 기준이 존재해, 여기에 벗어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담을 주지 않고 강압적이지 않은, 자신들의 아픔과 갈등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교회를 원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청년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불평불만으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 전도사는 "교회는 기성세대만의 것이 아니고 청년들만의 공간도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모든 세대가 함께 머리를 맞대며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교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20~30대 인터뷰이들이 전해 준 이야기는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청년들이 과도한 교회 봉사로 힘들어하고, 기성세대와 젊은 그룹 간 격차가 상존하며, 교회가 사회에 무례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교회는 그동안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걸까요.

현장에 참가한 이들은 이를 인정했습니다. 박광리 목사(우리는교회)는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살아가는 지금 시대에 우리가 겪지 못한 불평등이 있다는 걸 잘 몰랐던 것 같다. 이전에는 1차방정식만 풀면 답이 나왔는데, 지금은 5차방정식, 즉 변수만 5~6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원문보기 :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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