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동체연구소, '영성의 정치, 정치의 영성' 주제로 세미나 개최
도시공동체연구소가 김상봉 교수(가운데)를 초청해 '영성의 정치, 정치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도시공동체연구소가 '영성의 정치, 정치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제5회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CCG·Church for the Common Good conference)를 열고 비상계엄 이후 극우 개신교 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독교 영성이 어떻게 공동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2월 17일 연동교회에서 진행한 이번 컨퍼런스에는 시민 40여 명이 참석했다.
1부 강연에서는 김상봉 교수(전남대학교)가 저서 <영성 없는 진보>(온뜰)를 중심으로 민중 항쟁 역사 속 기독교 영성을 설명하고, 극우 개신교인들을 대응할 방법으로 '영성'을 강조했다.
김상봉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동료 시민을 존중하는 참된 영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김 교수는 먼저 영성 없는 진보가 위험한 이유를 민중 항쟁 역사로 설명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3·1 운동, 동학농민운동 등 우리나라의 진보적 사회운동은 종교적 영성과 결합했다. 자기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던 서양의 혁명과 다르게,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응답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19 혁명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고등학생들의 소박한 양심에서 시작했고,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역시 당파성이 아닌 타인을 위하려는 양심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19부터 5·18까지가 해방 이후 한국 민중항쟁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간"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적 비극은 늘 영성 없이 당파성에 따라 움직일 때 따라왔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제주 4·3 사건부터 6·25 전쟁 등을 들었다. 이어,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여의도 집회를 가리켜서는 '서북청년단의 부활'이라면서, "한국 사회가 해방 이후로 퇴행하는 걸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회의 양극화·극우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성'이 필요하다고 김상봉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영성이란 골방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게 아니다. 이건 객관적인 진리와 동떨어진 주관적 확신에 지나지 않는다. 참된 영성은 나와 세계가 하나라고 여기는 믿음이다. 전체에 자신을 맡기고 타인의 고통 또한 나의 고통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김상봉 교수의 강연을 경청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영성을 지닌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는 전태일 열사와 인권운동사랑방을 이끈 운동가 서준식 선 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전태일을 전태일로 만든 건 그의 신앙이었다. 분신하기 전 '너희가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라는 성경 구절을 끊임없이 되뇌었을 것이다. 서준식 선생도 옥중서한에서 '내가 예수의 길을 걸어야 되겠다'라고 썼다. 전태일 열사와 서준식 선생이 보여 준 모습이 진짜 한국적 진보였다. 지금은 적에 대한 증오밖에 남은 게 없다. 개신교는 평화의 종교가 아니라 증오와 심판의 종교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 할 태도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김상봉 교수는 "강대상 위에서 목사는 특정 정치인을 두둔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삼가야 하지만 내려와서는 목사든 평신도든 시민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공명정대하게 표명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시민으로서 자기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동료 시민을 존중해야 한다. 자기편의 상처만이 아니라 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도 내면의 상처와 고통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게 예수의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성석환 교수는 응답 강연에서 한국교회가 영성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김상봉 교수의 강연에 대해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성석환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가 응답 강연을 했다. 성 교수는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필연적이다. 바른 정치 참여와 바르지 않은 정치 참여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과도한 정치주의가 우리를 휩쓸고 있다. 오늘날 극우 세력의 준동은 명확치 않은 신앙고백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만인의 복과 번영을 돕는 영성을 제공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지 않고 타자를 위한 삶이 얼마나 고귀하고 품위 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 김상덕 교수(한신대)는 "영성이란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는 신비라고 하신 말씀이 깊게 와닿았다. 지금 한국교회가 공감을 잃어버려서 비판받는데, 그 이유가 영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눈물이 없는 시대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타인의 신음을 경청하는 것이다. 옳고 그른 건 중요하지 않다. 탄핵당하면 안 된다고 발작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열등하다고 여길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상처받는 나약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덕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한국교회에 내면의 성찰과 환대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질의응답 시간에 김상봉 교수에게 "극우 개신교 세력들도 영성을 가지고 세계와 하나님나라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진정한 영성이 무엇인지 추가로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고 질문했다.
김상봉 교수는 "그들의 영성에는 심판과 폭력적인 증오로 가득 차 있다. 그건 영성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하나님과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확신의 열매는 증오와 폭력이 아닌 사랑이다. 그래서 제가 볼 때 그건 질병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그들을 거울로 삼아 성찰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